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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막역한 친구가 민물새우를 잡아달라며 10만 원을 보내왔다. 3~4년 전 뒷산 저수지에서 잡은 새우를 말렸다며 한 봉지 주었더니 탄복을 했다. 저수지 확장공사 때문에 2~3년 동안 새우를 잡지 안했는데, 그게 못내 궁금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인근 면 낚시점에서 삼각새우망 4개와 새우밥을 샀다. 아침 9시 올라갔는데 얼마나 잡혔을지 나부터 궁금했다. 그때보다야 소량이지만 이게 어디인가. 날마다 요만큼씩만 잡히면 좋겠다. 오후에 밑밥을 주고 다음날 오전에 운동 겸 올라와 훑어가면, 1주일만 잡아도 솔찬하리라. 생새우거나 말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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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을 둘러봐도 온통 ‘꽃잔치’ 세상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한들, 세상에 어느 누가 이런 꽃향연을 베풀 수 있을까? 달나라를 가고, AI가 바둑을 통째로 집어삼켜도 꽃 한 송이 피어내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너무 신기한 일이다. 심지어 인간까지 복제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또 한 번의 봄, 또 한 번의 꽃세상, 그 느낌이 지난해와 같지 않은 게 이상하다. 오늘 서울에서 불쑥 방문한 친구에게 보자마자 악수도 하지 않고 대뜸 말했다. “야야야, 내가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나 봐. 이리 와 홍도화紅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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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Jean Calvin 1509~1564)은 파리 북동쪽에 있는 피카르디 지방 느와용에서 제라드 꼬뱅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536년부터 제네바에서 파렐과 함께 개혁운동을 추진하면서 1538년 추방을 당하지만 3년 후인 1541년 또다시 초청을 받아 임종시인 1564년까지 제네바에서 제2의 종교개혁을 추진한다.그의 종교개혁의 유산은 지금도 제네바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도시로 존속케 하였고 그의 개혁정신은 근대 산업혁명의 근간이 됐다.기독교 강요의 원명은 ‘Institutio Christianae Riligion
기고
이종찬
2024.04.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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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국보급 전각예술인 진공재(호 공재, 본명 영근) 거사를 친구로 사귀어, 그의 작품을 수시로 감상하면서 ‘전각篆刻’이 무엇인지 조금 눈을 뜨게 됐다. 흔히 돌이나 상아象牙 또는 뿔 등에 글자를 쓴 후 깎아 도장 만드는 것을 전각이라 하지만(암각화 포함), 그 재료들에 장인匠人의 마음을 글이나 그림 등으로 새겨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전각예술’이라 할 것이다. 최근 그런 전각예술인 중의 한 분인 고암古岩 정병례(1948-2022)의 시와 에세이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라딘중고서점에서 검색을 하니, 서울 롯데월드점에 한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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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위인전을 읽지 안했대도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스탈로치(스위스의 교육학자. 1746-1827) 이름을 모두 아실 터. 페스탈로치는 20세기 초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어린이 사랑에 짧은 생을 바친 방정환(1899-1931) 선생보다 먼저, 어린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 사상가였다. 페스탈로치의 묘비에는 ‘빈민의 구원자, 민중의 목자, 고아의 아버지, 민중학교의 창설자, 인류의 교사’라고 쓰여 있다는데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바치고 자기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이름 위에 축복 있기를”이라는 마지막 구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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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년 살이’를 “로망”이라고 노래부르던 둘째동생 부부가, 마침내 그 여정을 끝내고 제주를 떠나며 오늘(4월 3일) 받았다는 를 찍어 가족단톡방에 올렸다. 보람되고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경의를 표한다. 나로서도 제주올레길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437km 27코스를 다 걸었다는 증빙이 필요한 패스포트가 있다는 것은 아시리라. 그 패스포트에 코스별 인증도장을 모두 다 찍어야 완주증서를 받을 수 있다. 나도 아내와 함께 거의 절반은 걸었는데, 언제나 다 걷고 이렇게 ‘아름다운’ 완주증서를 받을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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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5년만에 인근 면에 사는 형님을 사귀었다. 알고 보니, 이 양반은 대단한 호주가好酒家이자 입담이 보통을 넘어 ‘프로 구라’ 수준이었다. ‘구라’라고 하니 ‘말 부풀리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전혀 아니다. 어디까지나 팩트를 바탕으로 아주 재밌는 이야기들을 주야장천晝夜長川 전개해 가니, 어찌 재미가 없겠는가? 보통 재주가 아닌 '큰 재주'이다. 어느 정도 호주가인가 하면 호주豪酒 또는 대주大酒로 소문났는데, 앉은 자리에서 보통 2홉들이 소주 5병이 가볍게 사라진다. 나이가 이미 일흔이 넘어 72세인데도, 하루도 멀다 하고 마시는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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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오늘 아침 ‘공무원 홍보의 신’이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주목했다. 나도 어느 사립대학과 교육부 기관에서 한때는 정말 ‘잘 나가는’ 홍보맨이었기 때문이다. 하하. ‘충주맨’이라는 김선태(37) 충주시 주무관이 그였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이런저런 매체에 등장한 ‘유명인’이었다. 충주시를 남다른 시각으로 포스터나 방송 등을 통해 널리 알린 공로가 혁혁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9급 출발한 공무원이 몇 년 만에 6급으로 초고속 승진이 되었을 터. 그의 공적이라 할 포스터 몇 개와 영상을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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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내려와 이 새벽 컴퓨터를 켰다. 3월 20일 을 쓴 게 마지막이니 꼬박 열이틀 만이다. 이 글은 용인 집에서도 별곡을 그치지 않았으니 65편이 된다. 별곡Ⅱ의 1편을 쓴 게 지난해 10월 31일이니, 5개월 만에 65편, 이틀에 한번꼴인 셈이다. 지난 토요일 친구 아들의 혼사로 많은 친구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어느 친구가 “넌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진짜 괴물같다”고 한 것은, 나의 무작정, 무대뽀 글쓰기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칭찬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난할 일은 아닐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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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배송이요? 금요일에 배송된다는 말이에요!” 이 말은 실제로 읽기 수업을 진행하던 중에 학생이 대답한 말이다.코로나 이후 난독증을 호소로 오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난독증은 아니더라도 독해력이나 문해력이 크게 떨어져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코로나 시기에 친구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집에 있다 보니 미디어에 지나치게 노출되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3.5학년 4.5학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4학년인데 학습능력은 3.5라는 뜻이다.이러한 것들의 가장 큰 문제
칼럼
이선영
2024.04.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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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어제 상계동 집 근처 ‘벚꽃 음악회’에 출연한 가수 장사익의 공연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내왔다. 불쑥 그분이 보고 싶어 유튜브에서 그의 절창絶唱 을 몇 번 부르다 이 글을 쓴다. 내가 아는 분 중 ‘아름다운 사람’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가수. 흔히 ‘가객歌客’이라 불리는 장사익張思翼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조용필을 ‘가왕歌王’ 나훈아를 ‘가황歌皇’이라 하듯. 먼저 그와 ‘아름다운 인연’을 맺게 된 게 언제였더라? 그가 써준 사인을 보니 2011년 봄이다. 벌써 13년 전. 성우 권희덕 님이 “시로 세상을 아름답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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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유물수집 사무실)에서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의 『사인본』 도록 다음으로 발견한 책이 『野樵二十五賢士手簡寫本集』과 『1962년 國防部長官 朴炳權 內務部長官 韓信 兩將軍手簡寫本』을 함께 묶어놓은 앨범 크기의 두툼한 책이었다. 야초野樵는 이 앨범을 엮은 박영돈朴永弴이라는 분의 호이고, 현사賢士는 어질고 뛰어난 선비(학자나 문인)이며, 수간手簡은 본인이 받은 손편지를 말함이니, 25명의 현사들로부터 받은 손편지의 진본眞本을 영인影印한 사본寫本 묶음집이다. 또한, 1962년에 당시 국방부장관 박병관과 내무부장관 한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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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방영되는 과 소생이 인연이 깊은 까닭은, 그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하는 김영준 감정위원 때문이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지만(15년 전인 듯), 성균관대 홍보위원으로 일할 때 ‘동문 선배를 찾아서’ 기획으로 그분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근현대사 유물이나 서적 등을 수집하는 콜렉터Collector이다. 우리 나이 희수喜壽(77)인데도 얼마든지 늘 현역이시다.'라디오쇼' 김영준 감정위원 "진품명품 15년 출연, 출연료 박해“https://v.d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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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최근 16년 만에 출판기념회를 두 번 가졌다. 지난 2월 27일 서울, 3월 15일 전주. 유난스럽다 하겠지만, 나로선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내 인생의 ‘길동무’(학연 學緣 지연地緣 직장연職場緣 친인척親姻戚 서연書緣 등)들이 소생의 졸저 출간을 축하하며 한자리에 모여 밥과 술을 한다는 게 어찌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서울 70명, 전주 110명. 내가 마지막 눈을 감기 전, 이렇게 모여 '눈인사'를 하는 '사전死前 장례식(생전生前장례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단체로 구입한 160여 권에 저자 사인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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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국민신탁)이라는 비영리법인을 아시는가? 100여 년도 전에 영국에서 시작된 에 착안, 뜻있는 인사들이 2007년 설립했다. 무엇을 하는 곳인가? 보전 가치가 충분히 있는(아니,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을 취득·보전·관리·활용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유산에 대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하는 기관이다. '자발적'이라 함은 회원제로 운영한다는 것이. 쉽게 말하자. 문화유산을 함께 지키고 가꾸고 즐기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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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인 ‘펜화대통령(펜통)’ 세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를 지난주 목요일 전야제에 이어 어제 다시 찾았다. 한국미술재단 아트버스 카프의 이사장을 처음 만나 두 시간여 얘기를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원래도 감탄을 잘 하는 체질이지만, 그분의 얘기를 들으며 정말 놀라웠다. 한국미술재단(KAF, Korea Art Foundation, 한국화가협동조합의 후신)의 황의록黃義錄(76) 이사장은 유별나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1, 2층 계단 벽에 걸려 있는 초등학교 교명校名 목록사진이 이채로워 그것부터 물었다. KAF는 황 이사장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0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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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은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의 저작으로 1904년에서 1905년에 걸쳐 잡지 ‘사회과학과 사회정책학’에 연재되었다가 1920년에 책으로 발간됐다.막스 베버(1864~1920)는 20세기 사회 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이다. 그리고 그 분야도 매우 광범위하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그의 인생 말년인 1920~
기고
이종찬
2024.04.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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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지방신문 임원 친구와 점심을 한 후, 근처 빽다방(덕진구청 앞)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빼곡하다. 그 친구 왈 “어제도 꽉 차 현관문 옆 ‘카도’에서 마셨는데”라고 해 빵 터졌다. 카도?가 무슨 말이지? 언제 들어보고 안들어본 말이지? 맞아. 모퉁이, 구석(코너)이라는 뜻일 거야. 아마도 일본말일 듯. 소싯적엔 자주 들었고, 사용했을 터이나 까마득히 잊혀진 말. 일본말이라 해도 반가웠다. 이제는 언중言衆들이 우리말로 순화하여 사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일본말들이 그 순간 떠오르는 까닭은, 우리 조부모와 부모들이 시도때도 없이 쓰셨기
찬샘편지
최영록
2024.04.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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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 유족과 친지들이 파스칼의 글 묶음을 모아 이란 제목으로 펴냈다.파스칼(1623~1662)은 3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역사 세계가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남긴 미완성의 작품 팡세 때문이다.미국의 심리학자 콕스(Cox)는 파스칼을 괴태와 라이프니츠에 비교할 만한 천재라고 했다. 그는 12세 때 음향론을 체계화시켰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유클리드 기하학 1권 32명제를 스스로 해독한 천재였다12세 때
기고
이종찬
2024.04.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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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모처럼 의미 있는 문화행사(안충기 ‘서울 산강’ 펜화전: 3월 22일-4월 3일. 한국미술재단 갤러리 카프) 전야제에 다녀왔다. 내로라하는 문화계인사들과 인사하는 것도 좋았지만, 서울의 산과 강을 그린 22점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기쁨이었다. 그것도 0.1mm 철펜으로 ‘죽어라고’ 꼼꼼하게 “꾸역꾸역” 그림들과 고양이를 그린 소품 몇 점. 소장하고 싶어도 값이 엄청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눈호사야 누가 무어라 할 것인가. 어찌 들으면 조금은 격이 떨어지고 비루한 느낌이 드는 ‘꾸역꾸역’이라는 말이 재밌지 않은가. 그런
찬샘편지
최영록
2024.03.31 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