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남쪽 지방에 하전아(何田兒)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는 몸이 몹시 허약해서 쉰여덟이 되도록 장가도 못가고 혼자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뒷산에 올라가 이상하게 생긴 넝쿨식물 하나를 보고 매우 흥미를 느꼈습니다. 생김새가 마치 두 그루의 넝쿨이 서로 엉켜 마치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전아는 뿌리를 캐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동네 사람들에게 이 넝쿨식물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뿌리를 옆에 두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머리카락과 수염이 하얀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그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꿈속이라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 할아버지는 “네가 오늘 산에서 캐온 약초 뿌리는 신선이 너에게 주는 특별한 약이니 정성껏 먹어봐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 꿈을 깨어보니 아직도 한밤중이었습니다.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똑같은 꿈을 세 번씩이나 꾸게 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였지만 그래도 뭔가 있겠지하면서 뿌리를 돌절구에 찧어서 가루를 내어 하루에 세 번 밥 먹기 전에 한 달을 먹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몸에서 기운이 나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산에 올라가 약초를 캐다가 일 년을 정성껏 먹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허약했던 몸이 쇠덩이처럼 단단해지고 기운도 세어져서 나이는 예순 살이 되었지만, 머리카락이 까맣게 변하고 얼굴도 젊은이처럼 바뀌게 되어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고 백 살이 넘도록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검게 유지하며 장수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약초의 이름을 까마귀 오(烏)자와 머리수(首)자를 써서 하수오(何首烏)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요즘 머리카락과 관련된 제품을 보면 하수오가 안 들어간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하수오와 관련된 동물실험 연구를 보면 하수오 추출물은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고,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며 면역기능과 내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하수오에는 레시틴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뇌의 기능과 뇌혈관의 기능을 개선 시켜 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하수오는 맛이 쓰고 깔깔하며 조금 따뜻한 성질을 지닌 약재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하수오가 혈(血)과 기(氣)를 도와주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정수(精髓)를 보충하고 머리털을 검어지게 하며 얼굴색을 좋아지게 하고 늙지 않게 하며 오래 살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수오는 붉은색과 흰색의 두 종류가 있는데 붉은 것은 수컷이고 흰 것은 암컷이다라며 두 종류가 있다고 했고 약으로 사용할 때는 두 종류를 절반씩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동의보감에 기록된 하수오의 효능은 흰색이 아닌 붉은 색 하수오의 효능입니다.

동의보감에는 하수오가 독이 없다고 했지만, 독성을 제거하는 수치법(修治法)을 기록해 놓은 것을 볼 때 하수오 자체는 독성물질이 없지만, 체질적으로 하수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기에 그런 수치법을 기록해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무분별하게 유행처럼 하수오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을 무작정 복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주임교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과장,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박사의 주요 저서로는 ‘우리집 한방백과’, ‘지압 동의보감 1, 2’ 외에 다수가 있으며, MBC 라디오 동의보감, 넷향기 5분 동의보감 등을 진행해 다양한 건강정보를 제공했었다. KBS 아침마당, MBN의 엄지의 제왕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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