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남 지음 '너는 뭘 했냐'(도서출판 나남).
▲이충남 지음 '너는 뭘 했냐'(도서출판 나남).

선배, 감축(感祝)은 이런 경우를 말함이겠지요?

『너는 뭘 했냐 - 어머니의 실망 어린 꾸중에 이제야 백발되어 답합니다』라는 ‘거창한’ 자서전을 펴내신 선배께.

<어느 신문기자 출신 아파트 경비원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부제(副題)를 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감축(感祝)’일 듯합니다. 진심으로 감축과 경하(慶賀)를 드립니다. 참으로 ‘큰일’을 하셨습니다. 

책이 ‘서침(書枕)’에 딱 맞춤인 957쪽 대작(大作)이어서가 아닙니다. 이 두꺼운 책을 정독(精讀)하면서 가슴이 먹먹한 게 무릇 기하(幾何)이나, 그런데도 손에서 놓지 못한 것 때문이며, 글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진리(眞理)를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가(道家)의 <대교약졸大巧若拙 대성약범大聖若凡 대현약우大賢若愚>야말로 선배께 가장 어울리는 구절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큰 기교는 졸박해 보이고, 성인은 보통사람과 같게 보이며, 현명한 사람은 어리석어 보인다는 뜻이겠지요. 

이 말을 변증법적으로 ‘기교가 극에 달하면 졸박하게 보이는데, 이때의 졸박한 상태가 정(正)이며, 점점 기교를 더해 가는 것이 반(反)이고, 그 기교를 안으로 감추어 겉으로는 다시 졸박해지는 것이 합(合)’이라고 흥미 있게 풀이한 분이 있어 적어봅니다.

선배의 신간(新刊)을 받고자 당일치기로 불쑥 상경하여 파주의 출판사 제작팀들과 점심을 했습니다. 얼마나 기뻤으면 출판사 회장님께 “선배님의 책을 펴내주셔서 제가 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겠습니까? 정말 제 일처럼 좋았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이게 대역사(大役事)인데, 어디 1, 2년에 될 일이겠습니까? 올해 79세이시니, 선배는 이 책을 위하여 70대를 몽땅 바친 셈이겠지요. 코로나 시국만 아니라면 언론회관 등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했을 일인 터, 아쉬움도 크더군요. 마땅히 언론에 크게 소개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소양(소용)없다. 직심直心(한번 마음 먹은 일)과 성실(誠實)함에는 누구라도 ‘방워댈(견디거나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제 아버지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은 ‘보통사람’인 선배의 78년 동안 세파(世波)를 겪으며 보여준 우직한 뚝심과 성실 그리고 정직을 고스란히 기록하였기에 울림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는 ‘책을 보내드리며’라는 쪽지글에서 “이 책에서 감흥을 얻으려 하거나 절반을 읽으면 기소가 되고, 교훈을 얻으려 하거나 전부 읽으면 총살당할 것”이라는 어느 서양 작가의 말을 인용하여 선배다운 농(弄)을 하셨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기가 힘들 것입니다. 

아, 어제 오후의 전화는 또 어떻구요. 출판 다음날, 부모님 산소를 홀로 찾으셨다구요. 십 수년 전 어느 자리에서 사회적으로 출세한 친구를 어머님께 소개하자, 대뜸 “너는 뭘 했냐?”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한순간 ‘멘붕’이 되셨다지요.

그때의 실망 어린 꾸중에 백발이 된 이제야 당신의 굽이굽이 일생을 조목조목 도란도란 어머님께 들려드린 책을 산소에 올려놓고 호곡(號哭)을 하셨다지요. 왜 아니겠어요? 저도 2년 전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그리는 사모곡(思母曲) 소책자를 산소 앞에 놓고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막내 동생뻘이나 되는 저에게 우시면서 전화를 할 생각을 하셨을까요? 저는 또 그게 고마웠습니다. 제가 그랬지요. “이 기록, 책으로 펴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합니다. 기천만원이 들더라도 펴내 산소에도 올리고, 자식들에게 남겨주셔야 한다”고 한 제 말이 맞지요? 

‘인간 이충남’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게 이 기록물 아니고 그 무엇이 있겠습니까? 책값 55,000원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니겠지요. 출판사는 장담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낯 모르는 불특정 독자들의 손에 몇 권이 돌아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선배의 친구와 지인, 선후배님들이 차마 선배의 그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빈손’으로 받기야 하려구요. 그게 아닌들 애써 모은 적금을 턴 것보다 ‘보람’은 몇 배 더 클 것이므로, 마음 편하게 생각하실 줄 믿습니다. 혹시 대박이 나 영화로도 제작될 수도 있겠지요. 

42.195km 마라톤처럼 한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길, 내일이면 ‘8학년’이 됩니다. 마침내 부모님께 답변도 드렸고, 애착을 갖던 아파트 경비원도 본의 아니게 잘리셨으니, 이제 좀 쉬셔도 되지 않을까요? 늘 ‘아픈 손가락’인 둘째 아드님과 시간도 자주 갖고, 무엇보다도 평생 ‘순종’하신 ‘갑순이 형수님’도 넘치도록 살뜰히 사랑해주셔야 할 일입니다. 

손가락이 마비가 올 정도로 힘쓰셨다는 200자 원고지 3,600여 장의 분량이 이토록 멋진 열매를 맺었으니, 항상 머리맡에 놓고 주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축드립니다. 제 고향에도 KTX로 불쑥 한번 다녀가시면, 선배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약주만큼은 실컷 대접할 수 있습니다.

2021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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